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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45.8% 최근 3년 안에 증상 경험 … 초기 전문의 진료 18.1% 그쳐
손습진·무좀·건선·손발바닥농포증은 겉모습 비슷해도 치료법 달라
손에 생긴 붉은 반점과 각질, 갈라짐, 물집을 단순한 피부 트러블로 넘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손은 업무와 가사, 대인관계에서 끊임없이 사용하는 부위다. 통증과 가려움이 이어지면 물건을 잡거나 씻는 일부터 수면과 직장생활까지 영향을 받는다. 손습진과 백선(무좀), 건선, 손발바닥농포증은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치료가 달라 초기에 정확히 구별하는 것이 피부 건강을 지키는 출발점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0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제24회 ‘피부건강의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 피부질환의 조기 진단과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주제는 ‘소중한 나의 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다.
이날 학회가 공개한 대국민 설문에서는 손 피부질환이 흔한 데 비해 전문 진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다는 점이 확인됐다.

조사 응답자의 45.8%는 최근 3년 안에 가려움, 갈라짐, 수포, 진물, 각질 같은 손 피부 증상을 겪었다고 답했다. 손 피부질환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거나 ‘매우 크다’고 본 응답자는 85.1%였다.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으로는 가사활동 88.1%, 직장 업무 73.8%, 대인관계 69.0%가 꼽혔다. 실제 증상 경험자의 67.2%는 삶의 질이 낮아졌다고 했고, 64.6%는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전문 진료의 중요성을 알고 있어도 첫 대응은 달랐다. 증상이 생겼을 때 피부과 전문의원이나 대학병원 피부과를 먼저 찾았다는 응답은 18.1%에 머물렀다. 약국 방문이 26.4%로 가장 많았고 인터넷 검색 21.0%,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4.8%였다. 전문의를 바로 찾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해서’로 45.6%였다.
응답자의 94.9%는 손 피부질환 치료에 가장 적합한 의료진으로 피부과 전문의를 꼽았고 90.4%는 전문의 진료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질환에 따라 증상이 비슷해도 진단과 치료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응답은 51.6%였다. 필요한 진료가 무엇인지는 대체로 알지만 손 증상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가 실제 의료 이용을 늦추는 셈이다.
비슷한 증상 다른 치료 감별진단이 먼저
손 피부질환은 홍반과 각질, 갈라짐, 수포처럼 공통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육안만으로 손습진과 무좀, 건선, 손발바닥농포증을 가려내기 어려운 이유다. 진료에서는 증상과 경과뿐 아니라 직업, 집안일, 물·세제·소독제 접촉, 장갑 사용, 손 씻는 횟수 등을 함께 살핀다. 필요하면 접촉 알레르기를 확인하는 첩포검사나 진균검사를 시행한다.
한태영 을지의대 피부과 교수는 “손 피부질환이 반복되거나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 증상만 보고 임의로 판단하거나 자가치료하기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단이 어긋나면 적절하지 않은 약을 쓰면서 증상이 악화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인 손습진은 손과 손목이 붉어지고 각질, 물집, 갈라짐이 반복되는 염증성 질환이다.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연간 유병률은 9.1%다. 증상이 3개월 이상 계속되거나 1년에 두 차례 이상 재발하면 만성 손습진으로 본다. 원인에 따라 자극접촉피부염, 알레르기접촉피부염, 아토피손습진 등으로 나뉜다. 물과 세제, 마찰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생기는 자극접촉피부염이 가장 흔하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은 두 가지 이상의 유형이 겹쳐 나타날 수 있다.

손 씻은 뒤 보습하고 물일 때 피부 보호해야
생활 속 관리의 핵심은 피부장벽을 덜 손상시키는 것이다. 장시간 물에 손을 담그거나 필요 이상으로 자주 씻는 일을 줄이고 세제와 소독제에 직접 닿는 것을 피해야 한다. 손을 씻은 뒤에는 보습제를 바른다. 물일을 할 때 면장갑 위에 보호장갑을 착용하면 물과 세제, 마찰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약은 진단에 맞게 써야 한다. 국소 스테로이드는 적절하게 사용하면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적인 치료지만, 진단과 사용 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오래 바르면 피부가 얇아지는 등 부작용 위험이 생긴다. 반대로 습진을 무좀이라고 생각해 항진균제만 바르거나, 무좀에 스테로이드만 사용하는 식의 자가치료는 증상을 가리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중증 난치성 손습진에는 경구 레티노이드 제제가 사용되며 최근 국내에 비스테로이드성 국소 야누스인산화효소(JAK) 억제제가 허가돼 치료 선택지가 넓어졌다. 치료제 선택은 질환 유형과 중증도, 기존 치료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
이동훈 서울의대 피부과 교수는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바로 중단하면 상당수가 반년 안에 다시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응이 없는 연고를 계속 쓰며 버티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는 “2주 이상 관리해도 낫지 않거나 3개월 이상 지속되고 1년에 두 번 이상 재발한다면 참지 말고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가라앉은 뒤에도 보습과 자극 회피를 이어가는 것이 재발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손발바닥농포증도 단순 습진과 구별해야
손바닥과 발바닥에 고름처럼 보이는 물집이 반복되는 손발바닥농포증도 단순 습진으로 오해하기 쉽다. 이 질환의 농포는 세균 감염으로 생긴 고름이 아닌 무균성 농포다. 병변이 심해지면 갈라짐과 통증 때문에 물건을 잡거나 걷기 힘들 수 있다. 국소치료와 광선치료, 전신 면역조절 치료가 활용돼 왔고 최근에는 면역 반응의 특정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IL-17 억제제와 IL-23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됐다.
정혜정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치료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적절한 시기에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치료 성과와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 피부질환을 예방하고 악화를 줄이려면 불필요한 자극을 줄이고 씻은 뒤 피부장벽을 회복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반복되는 갈라짐과 통증, 진물이나 농포, 수면과 업무를 방해하는 가려움이 있거나 일반적인 관리에도 2주 이상 호전되지 않으면 진료를 고려해야 한다.
이지범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 “손 피부질환은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원인과 질환에 따라 치료가 달라지고,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면 만성화되거나 일상과 삶의 질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피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것은 증상을 참거나 임의로 약을 바르는 일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생활 속 보호와 치료를 함께 이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