괭이갈매기 집단서식, 울릉공항 운영 시 조류충돌 예방 강화 시급
사람 때문에 유입된 '집쥐'가 독도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 대책 필요
개발이냐, 보전이냐. 기후위기 시대에 생물다양성 보전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이러한 논쟁은 여전히 계속된다. 장기적으로 생물다양성 감소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현 세대와 미래세대의 필요를 모두 충족시키기란 의외로 쉽지 않다.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현장을 다녀왔다. 우리는 보다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과학으로 문제를 진단하지만 결국 궁극적인 해법은 공동체에 있다.
#1. “아이쿠, 큰일 날 뻔했네. 괭이갈매기를 칠 뻔했어요.”
6월 26일 경북 울릉군 북면 관음도 인근 도로에는 ‘괭이갈매기 찻길 사고를 주의해달라’는 취지의 문구가 붙은 표지판이 세워져있었다. 이날 기자가 탄 버스도 여러 번 도로 위의 괭이갈매기를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육상동물도 아닌 조류의 찻길 사고 걱정을 해야 할 정도니 얼마나 많은 수의 괭이갈매기들이 이곳에서 살고 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관음도는 괭이갈매기 대규모 번식지 중 하나다.
#2. 6월 25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항 일대는 울릉공항 건설을 위해 곳곳이 파헤쳐 져 있었다. 해발 198미터 높이였던 가두봉은 울릉공항 부지 매립을 위해 상당 부분이 깎여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울릉공항은 바다를 매립해 공항 부지를 다지고 그 위에 활주로를 만드는 식으로 설계됐다. 때문에 해상매립에 필요한 토사를 공사 현장과 맞닿은 가두봉에서 절취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울릉도는 2012년 제주도와 함께 우리나라 최초로 지정된 국가지질공원이다. 정식 명칭은 독도까지 포함해 울릉도·독도 국가지질공원이다. 국가지질공원은 우수한 지형과 지질유산자원을 보전하면서 교육·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게 목적이다.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함께 도모하는 게 목표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이용의 보전의 공존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 어떤 식으로든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그 변동성이 중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6월 25일 울릉도에서 만난 남한권 울릉군수는 “울릉공항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렇다고 자연의 보고이자 보물섬으로 불리는 울릉도의 장점을 버리겠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괭이갈매기 등 기존에 살던 조류들에게 큰 영향이 없도록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괭이갈매기, 번식지 회귀본능 강해 = 울릉공항은 2026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울릉공항은 1970년대부터 언급된 사업이지만 오랜 기간 진척이 없었다. 2014년 국토교통부에서 울릉공항 건설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의 단계를 밟아 2020년 공사를 시작했다. 2024년 5월 말 공정률은 47.4%다.
2020년 11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끝났다. 당시 협의의견 주요 내용 중 하나는 괭이갈매기 등 바닷새 정밀조사 실시였다. 조류충돌 저감 방안과 보전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조류충돌은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면 엔진은 물론 동체에 크고 작은 손상을 입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할 만큼 대형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6월 26일 대구지방환경청은 “괭이갈매기 집단서식지인 관음도와 울릉공항은 이격 거리가 최소 10km로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또한 모니터링 결과, 울릉공항 사업 지구보다는 외부지역에서의 조류들이 날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관리·이행 현황’ 자료에서는 ‘평가서에서 괭이갈매기 1쌍이 서식하는 걸로 나타났고 향후 개체 수 증가를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활주로 공사기간 동안 추가 관찰 조사해 서식 개체 수가 증가하면 저감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울릉공항 운영 시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예방대책을 수립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조류학회지에 실린 ‘국내 괭이갈매기 번식집단의 유전적 개체군 구조’ 논문에 따르면 괭이갈매기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대만 러시아에 국한해 번식하는 종으로 어른 새의 번식지 회귀 본능이 강한 편이다. 또한 독도와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 서해 남해 번식지 13곳의 괭이갈매기 326개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유전적 다양성은 보통 수준이다.
◆바닷새 46%, 외부 유입종으로 멸종위협 =
공항 건설로 분주한 울릉도 인근 독도는 때아닌 ‘집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도는 특정도서 및 천연기념물이다.
최근 외부에서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함께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집쥐가 바다제비 등 독도에 살던 생물종들을 공격하거나 땅굴을 파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토심이 얕은 독도 특성상 자칫 잘못하면 낙석 등의 추가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6월 25일 서흥원 대구지방환경청장은 “독도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집쥐를 처리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며 “집쥐를 잡기 위해 고양이를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살펴본 뒤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성 조류 집단번식지에 쥐나 고양이가 유입되면서 일으키는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심각하다.
국제학술출판사 엘스비어의 ‘해양조류보존’에 따르면 바닷새 약 30%가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며 그 주요 원인은 포유류 등 섬에 유입된 외래종이 바닷새를 잡아먹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는 것이다. 이러한 영향은 전세계 바닷새 종의 46%와 바닷새 1억7000만마리에게 미친다.
게다가 영향을 받는 바닷새 중 66%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전세계적으로 위협받는 생물로 등재되어 있다. 그만큼 바닷새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침입종의 위협을 제거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종이 유입돼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킨 만큼 또 다른 변동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침입종이라고 하지만 해당 종을 어떻게 사후 관리해야 할지도 문제다.
제주 서귀포시 마라도와 부산 사하구 을숙도가 최근 이러한 문제를 겪었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는 길고양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뿔쇠오리를 공격해 문제가 됐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지난해 길고양이들을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했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됐다.
반출된 고양이를 어떻게 살게 하느냐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도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한창이다.
이들 문제는 지역이나 종은 다르지만 원인은 똑같다. 바로 인간이 인위적으로 자연에 변화를 주었다는 점이다. 인간이 아무런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생태계에는 연쇄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말처럼 쉽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