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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도시] 폭염사회, 진화하는 도시 녹색 기반 시설

이상기후 '자연기반해법'

폭염사회, 진화하는 도시 녹색 기반 시설

세계는 새로운 화두 ‘기후-생물다양성-사회 연계’에 주목

도심습지 등 다기능성은 기본, 생물다양성 증진까지 고민

폭염이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왔다. 온난화로 심화하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연기반해법에 관심이 집중된다.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의 능력을 활용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사회·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접근 방식이다. 자연기반해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연결’이 중요하다. 생태는 물론 사회구성원들과의 연결망이 제대로 형성돼야만 기후위기라는 큰 산을 넘을 수 있다. 자연을 품은 도시의 회복탄력성은 기대 이상이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화하면서 전지구 최고기온과 폭염 기간도 해마다 갱신중이다. 폭염사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면서 다양한 대응 전략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도시 녹색 기반 시설(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이다. 녹지와 친수공간 등을 활용해 도심 열섬 등 각종 기후재해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체계다. 복합재해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융합하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 중이며 해외에서는 생물다양성 증진 방안까지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다.



도시숲은 녹색 기반 시설의 대표적인 예다. 사진은 6월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26일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저영향 개발(LID·Low Impact Development)이 가장 큰 관심사였다”면서도 “최근에는 생물다양성, 궁극적으로 자연기반해법(NbS)과 연계한 도시 녹색 기반 시설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또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녹색 기반 시설은 굉장히 다양해질 수 있다”며 “해당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탄소흡수냐, 아니면 열섬 저감이냐 등 목표에 따라 접근 방법을 다르게 해야 하므로 녹색 기반 시설을 한 가지로 정의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자연기반해법은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발생하는 문제를, 자연을 기반으로 한 기법으로 통해 해결하자는 것이다. 도시 녹색 기반 시설도 자연기반해법의 일환이다. 국내 전체 인구의 90%가 도시에 살고 있는 만큼 갈수록 심해지는 폭염 대응을 위한 대책들 중 하나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지표온도 낮추는 등 도심 열섬 저감 = 국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Climate Change)’에 실린 논문 ‘스위스 로잔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 녹색 기반 시설에 대한 인식: 생물다양성과 식재 구성의 역할 규명’ 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후변화는 생물군계에서 유기체 수준에 이르기까지 생물다양성 모든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생물다양성은 지역 도시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무와 투과성 녹지 공간이 있으면 지표 온도를 낮출 수 있어 열섬 현상을 줄이는 식이다.

한국환경연구원의 ‘기후변화 적응형 도시구현을 위한 그린인프라 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포틀랜드에서는 가로수와 녹화 등 녹색길 조성을 통해 연간 유출수 40%가 감소했다. 영국 런던의 경우 녹지지역이 주변 도로보다 평균 0.6℃ 낮게 측정됐다.

이처럼 도시 녹색 기반 시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도심 열섬이나 물순환 문제는 물론 △다양한 경관과 휴식공간 제공 △탄소흡수 △대기질 개선 △재난 재해에 대한 도시의 회복탄력성 향상 △감염병을 예방하는 생태백신 역할 등 다채롭다. 게다가 한국환경연구원의 ‘녹색복원을 통한 도시 생물다양성 증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의 녹지공간을 포함한 생태계는 여러 측면에서 효용성과 공편익(Co-benefits)이 높다. 공편익은 어느 한쪽의 대책이 다른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연계’를 강조한 해법 마련에 무게중심이 실린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 지속가능성(nature sustainability)’에 실린 논문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도시 자연기반해법의 국제적 대응’에 따르면 전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상호 연결된 문제인 기후와 생물다양성, 사회 문제(이른바 ‘CBS 넥서스’)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자연기반해법을 개발 중이다. 이 논문에서는 행정적인 의미의 도시 130곳은 물론 좀 더 넓은 의미의 도시화된 지역 216곳에서 시행 중인 자연기반해법 관련 사업 823개를 비교·분석했다.

◆물 에너지 등 순환이 잘되는 도시로 = 영국 런던은 국가적 공원도시(National Park City) 환경전략을 통해 2050년까지 도시면적의 50%를 자연친화공간으로 조성할 방침이다. 옥상정원이나 빗물정원 조성 등 녹색 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수관피복률을 21.9%에서 30.0%로 늘리는 게 목표다. 수관피복률은 지면 위에서 수직으로 바라보았을 때 땅을 덮는 나무의 잎이나 가지 줄기의 면적 비율이다.

스위스 보주의 가장 큰 도시인 로잔(레만호 유역) 역시 숲 캐노피(수관·나무의 가지와 잎이 만드는 상층부) 목표 등을 시행 중이다. 이 목표는 로잔 기후 계획의 일부로 도시 면적의 약 20%를 차지하는 캐노피를 2040년까지 30%로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로잔 시정부는 또한 2012년부터 도시개발에 생물다양성을 통합하기 위해 ‘도시 속의 자연’ 정책을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도심 습지에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다. 26일 김이형 공주대학교 사회환경공학과 교수(한국습지학회장)는 “불투수면 비율이 높고 물 순환이 깨진 도시 특성상 열이 배출될 수 없어서 열섬 문제가 늘 일어난다”며 “‘띠 녹지’처럼 물과 녹지가 융합된 시설들을 만들어 줘야 하는 데 지하흐름형 습지 조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흐름형 습지는 도심 습지로 불린다. 우리 눈에 보이는 지표면에는 물이 흐르지 않지만 하부지층으로 유입수가 순환되는 구조다.

김 교수는 “자연기반해법과 녹지는 물론 가장 근본인 물까지 포함한 ‘블루 그린 기반 시설’이 빠른 속도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학제적인 접근이 필수”라며 “영역을 넘나드는 정책 설계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