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종이팩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한다는데 현장에서 체감도는 극히 낮아요. 재활용을 어렵게 하는 멸균팩과 살균팩 혼합배출 문제 등은 물론 기껏 모은 폐종이팩들을 활용하는 제지 회사가 많지 않다는 게 더 큰일이에요. 판매처가 많지 않은데 활성화가 되겠어요?"
17일 종이팩 등 수거·재활용 업체 대표 A씨는 이렇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또 "최근 재활용업계가 힘들어서 우리 회사의 경우 최근에 한 지역 지사를 폐쇄했다"며 "순환자원 활성화를 강조하지만 실제 현장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23일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종이팩 재활용률은 14%에 불과하다. 금속캔 유리병 페트병 등 전체 포장재 재활용율 평균은 88%인데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다. 2010~2013년에만 해도 종이팩 재활용률은 30%대였다. 출고·수입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10여년 새 재활용률은 반토막이 났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의뢰한 '공동주택의 종이팩 회수·재활용 단계별 진단 및 개선방안 마련'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전 세계 평균보다 낮고 유럽 미국 캐나다보다 저조한 상황이다. 2018년 유럽의 종이팩 재활용률은 49%, 미국은 60%, 캐나다 53% 등이다.
◆10여년 새 재활용률 반토막으로 뚝 = 국내에서 사용하는 종이팩은 크게 2종류로 나뉜다. 주로 우유팩으로 사용되는 살균팩(카톤팩)과 두유팩으로 활용되는 멸균팩(아셉틱 카톤팩) 등이다. 살균팩은 '폴리에틸렌(PE·인쇄면)+펄프 1+펄프 2+펄프 3+PE(내면)'로, 멸균팩은 'PE(인쇄면)+펄프+PE+알루미늄+PE+PE(내면)'로 구성된다.
종이팩은 압축과 해리 등의 과정을 거쳐 두루마리 화장지로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멸균팩 등이 섞인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미세한 알루미늄 입자가 박혀있게 돼 시장 선호도가 떨어져 경제성이 낮다. 멸균팩의 알루미늄 성분과 PE코팅 수준 차이로 살균팩과 혼합 재활용이 힘들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환경부는 저조한 종이팩 재활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멸균팩과 살균팩 등 일반팩 분리배출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또한 올해부터 멸균팩과 일반팩의 재활용 의무율을 다르게 적용하는 등 여러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체감도는 낮은 편이다.
◆규모의 경제 형성 어려운 구조에 출혈경쟁까지 = 본디 종이팩은 규모의 경제가 나오기 힘든 구조다. 학교에서 우유 급식 등을 하던 시절에는 대량으로 폐종이팩을 회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정 부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업체들 간 출혈 경쟁이 심해져 업계가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커졌다.
현장에서 종이팩을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가 아닌 다른 제도로 관리를 해야 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PR은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다.
17일 환경부 관계자는 "우유팩은 훌륭한 재활용 원료가 될 수 있다"며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를 해 분리배출 수거함을 따로 두는 식으로 회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