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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목표 제출한 당사국 절반도 안 돼, 기후리더십 공백 우려 … 위기론 고조 속 1조3000억달러 재정 확보 각축전
파리협정, 그 이후 10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30)가 브라질 벨렝에서 11월 10일부터 열린다. 이번 총회 주요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바로 2035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기후변화 적응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5년마다 감축목표를 갱신해야 하며, 그 목표는 후퇴해서는 안 된다. 2035년 NDC는 NDC 3.0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사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2015년 파리협정 채택 당시 제출된 초기 NDC를 1.0, 2020년 첫 번째 업데이트를 2.0, 그리고 이번에 제출하는 NDC를 3.0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22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COP30은 ‘NDC COP’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라며 “이와 함께 기후변화 적응 진전을 측정하는 국제 적응 지표 채택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21일 성명을 통해 “67개 개도국이 UNFCCC에 국가적응계획(NAP)을 제출하는 등 실질적 진전이 있었다”며 “분석 틀과 제도적 기반이 갖춰져 방향성이 명확해졌고 이제 속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2번째 파리협정 탈퇴 선언 등으로 COP30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다배출국인 미국이 빠진 상황에서 연간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정 목표달성과 각국의 NDC 이행 의지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파리협정 이후 10년을 맞은 올해, 국제 기후협력의 진짜 시험대가 시작된 셈이다.

◆미국 탈퇴, 중국 EU 역할 주목 = 25일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안나 카르카모 브라질 기후정치 전문가는 “새로운 2035년 NDC가 전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1.5℃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목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COP30은 향후 10년간 중요한 기후행동을 가속화할 국제적 목표 계획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무엇보다 에너지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같은 중요 분야뿐만 아니라 산림, 농업 및 기타 토지이용 변화 분야에서 △공정성 △형평성 △정의로운 전환 원칙에 부합하는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UNFCCC 사무국이 운영하는 NDC 온라인 등록 시스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Registry)에 따르면, 2035년 NDC를 제출한 당사국은 60여개국에 불과하다. 이는 198개 당사국 중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본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9월까지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인도 유럽연합(EU) 등 기후변화협약에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 아직도 2035년 NDC를 내지 않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과 EU의 경우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에 따른 기후행동 후퇴를 보완할 주요 국가로 꼽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 화상연설을 통해 2035년까지 경제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점 대비 7~10%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NDC 온라인 등록 시스템에는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그린피스의 안나 카르카모 브라질 기후정치 전문가는 “안타깝게도 EU는 기후행동 후퇴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며 “오히려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목표 수준을 격하시키고 기후리더십 역할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EU는 2035년 NDC를 확정하지 않았고 상한선(72.5%) 조차 자체 과학자들이 권고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범위만 제시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린피스의 안나 카르카모 브라질 기후정치 전문가는 “현 국제 기후 체제는 각국의 기후행동과 투명성을 자극하는 데 필요하긴 하지만, 강제력이 부족하고 합의 기반 의사결정이 야심을 저해할 수 있다”며 “COP30 의장국인 브라질이 제안한 ‘UN 기후위원회’와 같은 구속력 있는 기구 설립이 기후변화협약의 한계를 보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은 산업 부문 감축 갈등 중 = 대한민국 역시 2035년 NDC 수립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엔이 권고한 2035 NDC 제출 시점인 2025년 2월은커녕 막판 제출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로 △48% △53% △61% △65% 등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대국민 공개 논의 토론회 등 각계 의견을 수렴해 목표치를 확정할 계획이지만 막판 진통에 좀처럼 결론이 나지 못하고 있다. 늦어도 11월 첫째 주에는 각계 의견을 최종 조율해 국무회의 통과 등을 해야만 적어도 절차적인 하자는 발생하지 않는다.
2035년 NDC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산업부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2024년 국가 온실가스 잠정배출량’ 산정 결과에 따르면, 산업 부문 배출량은 2억8590만톤으로 전년 대비 0.5% 증가했다. 2024년 국가배출량에서 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1.3%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는 “일부 업종의 경기회복으로 생산량이 늘어난 데다 온실가스 원단위(배출량/생산량) 개선 부진 등이 더해지며 배출량이 증가했다”며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2035년 NDC 감축비율 48%를 초과하는 계획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수소환원제철과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상용화는 2030년대 중후반 이후에나 본격화할 것”이라며 “2035년 NDC를 60% 이상 감축으로 설정한다면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헌법재판소의 기후소송 판결 취지와 국제사회 권고 등을 반영해 61% 이상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9일 2035년 NDC를 60%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20일 2035년 NDC를 61% 이상의 범위에서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시민단체 플랜1.5는 “2035년 NDC 시나리오들 중 산업 부문 감축목표는 21~30%로 다른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며 “문제는 이처럼 산업 부문의 감축목표가 낮게 설정된 원인이 산업계 주장처럼 단순히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구조 개선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전제와 가정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를 산정한 근거를 공개하고 산업 부문 감축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또 다른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에너지 부문은 합의가 이뤄졌지만 산업계 우려가 아직도 크다”며 “최대한 합리적인 방안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기후적응, 계획에서 실행으로 = COP30에서는 2035년 NDC와 함께 기후변화 적응이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파리협정 체제에서 국제 적응 목표(GGA) 이행을 위한 지표 체계 확정이 이뤄질지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은다. COP30에서 각국은 11개 GGA 목표에 대한 100개 지표 목록에 합의하기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일 예정이다.
UNFCCC 사무국이 발표한 ‘국가적응계획 진행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144개국이 국가적응계획(NAP·national adaptation plan) 과정을 시작했고, 67개 개도국이 UNFCCC에 NAP를 공식 제출했다.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2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국가적응계획 진행상황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많은 국가들이 국가적응계획(NAP)을 제출하는 등 방향성은 명확해졌지만, 여전히 자금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제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이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모르겠다’는 핑계를 댈 수 없으며 각국의 적응계획이 우선순위와 기회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COP30에서는 연간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정 조성이 핵심”이라며 “COP30에서 적응 지표 합의와 적응 재정 격차 해소를 통해 계획을 실제 보호와 번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UNFCCC 당사국 총회(COP29)에서는 2035년까지 연간 1조3000억달러 기후재정 목표가 설정됐다. 아제르바이잔(COP29 의장국)과 브라질(COP30 의장국)이 공동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바쿠-벨렝 로드맵’을 작성해 COP30에서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UNFCCC에 따르면, 2030년까지 연간 적응 재원 수요는 2150억~387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실제 지원액은 2023년 기준 870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적응계획 진행상황 보고서에서 분석한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한 적응 자금 흐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NAP과 연계된 GCF 승인 프로젝트는 247건, 누적 승인금액은 43억달러에 달한다. 최빈국(LDCs) 대상 준비지원(Readiness) 승인 국가는 49개국, 단일국가 적응 프로젝트(access projects) 지원금액은 21억달러였다.
사이먼 스틸 UNFCCC 사무총장은 “기후금융은 자선이 아니라 모든 경제를 보호하는 투자”라며 “적응 투자는 국제 공급망과 식량·에너지 안보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COP30이 아마존 지역에서 열리는 만큼 생물다양성과 원주민 공동체 등에 대한 논의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아마존의 세계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COP30은 단순한 협상 공간을 넘어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탄소 흡수원이자 문화적 보물 중 하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 촉구의 장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의장국인 브라질은 열대림 영구 보전 기금(TFFF) 출범을 계획 중이다. 21일 세계은행이 TFFF의 수탁기관 및 임시 운영기관으로 공식 확정되면서, 이 기금은 일단 운영되면 연간 약 40억달러를 창출할 수 있어 국제 산림 금융 규모의 약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 환경기후변화부 장관은 보도자료를 통해 “자연 보호를 위해 연간 약 2820억달러를 투자해야 하지만 1/4만 확보하고 있다”며 “브라질이 주도하고 10개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하는 이 기금은 70개 이상의 열대림 보유국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10억달러를 출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파리협정 =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기후변화협약이다.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신기후체제다. 전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목표다.
교토의정서가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를 부과했던 것과 달리, 파리협정은 모든 국가가 자국 상황을 반영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채택했다. 파리협정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적응 △재원 지원 △기술이전 △역량배양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보편적 기후체제를 구축했다.